겨울이 오면
1학년 1반 김정혜
떨어지는 락엽을 보며 느껴지는 무언의 슬픔, 그것이 잎의 마지막 숨결이라는 생각에 뜻밖에도 눈물을 떨구었다. 이러한 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질 때 겨울이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믿고 싶지 않지만 믿어야만 하는 사실이 나를 괴롭힌다. 그때면 내 마음도 끝없는 차가움에 빠져버릴것만 같다.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가슴 찢어질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 자애로운 웃음과 부드러운 눈길과 익숙한 손길이 아직도 생생한데 다시는 볼수 없는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바로 그 차디찬 겨울에, 랭혹한 바람과 휘날리는 눈속으로 할머니는 가버리고말았다. 그 겨울날에 나는 가슴마저 꽁꽁 얼어드는 추위를 느꼈고 마음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건 우리의 겨울이야기였다.
할머니집은 시골에 있었다. 먼곳이라서 자주 갈수 없었지만 어릴적에 제일 많이 갔던 때가 겨울날이였다. 뿌득뿌득 눈 밟는 소리가 나면 할머니는 내가 온줄 아시고 문밖으로 나오셨다. 다리가 불편하셔서 그럴 때면 내가 달려가서 할머니 품속에 안기였다. 집안에 들어가 따뜻한 온돌우에 잠시 앉으면 얼었던 손발이 금시 녹았다. 할머니는 나를 반길 때 외에는 밖을 나가지 않으셨다.
<<할머니, 밖에 안나가면 해볕을 못 쬐이잖아요?>>
<<이젠 늙어서 추위를 잘 타는구나. 그리고 다리도 불편해서…>>
그 말을 듣고 나는 밖에 가서 한참 서있었다. 그리고 집안에 들어가서 할머니를 힘껏 안아주었다.
<<할머니, 내가 해볕 쬐이고 할머니를 포옹하면 할머니가 해볕 쬐인거랑 같아요!>>
할머니는 눈물이 글썽해서 나를 다독여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유치했던 행동이지만 할머니는 그토록 좋아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처럼 할머니를 안아준적은 다시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점점 적어지다가 지금이 되여서야 비로소 한없는 아픔과 후회에 물젖어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선명해졌다.
겨울이 오면 할머니가 더 그리워지진다. 우리의 겨울이야기가 거듭 눈앞에 되풀이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얼어버린다.
그 떨어진 락엽을 나는 조심스레 간직해두었다. 무언가 할머니랑 같았기에… 혹시라도 다가오는 겨울의 발걸음을 늦춰보고 싶었기에…
허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것을 나는 분명히 느끼고 있다.
평어: 서두와 결말의 조응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사소한 겨울이야기를 그리면서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할머니대신 해볕을 쪼이고 할머니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모습이 참 기특하게 안겨온다.
지도교원: 홍려